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정부의 의료중심 요양병원 정책과 간병 급여화 방안에 대해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통합돌봄과 간병 급여화 시대 요양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제로 2025년 추계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요양병원의 사회적·의료적 역할을 점검했다.
임선재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과 간병 급여화 정책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밝혔다. 임 회장은 최근 정부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 현장에 큰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협회가 특정 기준을 충족한 일부 요양병원만 혜택을 받는 구조가 아니라 전국의 모든 요양병원이 각자의 특성과 여건을 살리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앞으로도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의 이번 발언은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비 급여화 추진방향이 2030년까지 500개 병원만을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선정에서 제외될 수 있는 나머지 요양병원들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2026년 상반기 200개 병원 4만 병상부터 시작해 2028년 350개 병원 7만 병상, 최종적으로 2030년 500개 병원 10만 병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정 기준은 중증도 이상 환자 비율, 병동·병실·병상 수 등 일정 수준 충족이 요구되며, 간병인력은 환자 4명당 1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간병 급여화는 현재 비급여 항목으로 전액 환자나 가족이 부담하던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해 본인부담률을 3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의료필요도가 높은 초고도, 고도 환자와 치매·파킨슨병 등 중증 환자 약 20%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총 6조5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부회장은 지난 22일 공청회에서 간병 급여화를 요양병원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라고 강하게 반대하며, 2030년 500개 의료중심병원에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800여개 병원들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다.
이번 정책은 한국 사회가 지난해 12월 23일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000년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이 7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전 세계 유례없는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임선재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당시 전국 요양병원이 1700곳에서 현재 1300곳으로 감소했으며, 1~2년 내에 200여곳이 더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요양병원의 의료기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이날 학술세미나에는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김진호 대한중소병원협회장, 류은경 의료법인연합회장,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해 행사를 축하했다.
세미나에서는 안병태 부회장의 '통합돌봄 시대에서 의료중심요양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운용 부회장의 '간병 급여화 시대, 요양병원의 지속가능한 운영 방안', 이혜진 서울의대 교수의 '초고령 사회에서 요양병원의 역할', 김기주 부회장의 '보건의료정책 변화와 요양병원의 대응', 이래석 가톨릭의대 교수의 '쿼드데믹 시대의 성인예방접종 전략과 중요성' 등의 강의가 진행됐다.
감염관리와 의료행정 분야에서는 정종탁 순천향의대 교수와 유시내 순천향의대 교수의 '요양병원에서의 항생제 사용', 가혁 학술위원장의 '의사가 알아야 할 요양병원 청구 원칙', 이광재 이사의 '한의사의 요양병원 청구 실무와 의료기능 강화 방안', 나해리 학술이사의 '섬망의 이해와 치료 치매와의 감별진단', 박건우 고려의대 교수의 '요양병원에서 흔한 신경행동증상의 이해와 치료'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어, 요양병원의 역할 재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정책은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주거·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요양병원업계는 간병 급여화 정책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는 중소 요양병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대형 요양병원에만 유리한 기준이 적용될 경우 지역 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또한 사회적 입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개월 이상 장기 입원 환자에 대해서는 수가를 낮추고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치료 효과가 없는 장기 입원 환자를 지역사회 돌봄 체계로 전환하려는 정책 방향을 담고 있다.
임선재 회장이 이끄는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을 대표하는 노인의료 선도기관으로,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협회는 앞으로도 정부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모든 요양병원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요양병원 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노인 의료와 돌봄에 기여한 인사들에 대한 시상이 진행됐다. 특히 서안산노인전문병원은 임선영 이사장이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김영권 재활치료센터실장이 요양병원 대상 진료지원부문을 각각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임선영 이사장은 평소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차이에 대한 국민들의 혼란을 해소하고, 간병비 부담 문제와 간병인 제도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노인 의료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 조성과 의료진·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갑작스런 상황 대처가 가능한 전문 의료진 구축과 응급상황 시 빠른 이송 체계를 갖춘 요양병원 운영에 힘써왔다.
출처 : 우먼스토리뉴스(http://www.woman-story.co.kr) |